비스킷을 커피에 적셔먹는 최적의 방법은? / 커피와 비스킷의 물리학 / 이그노벨상
아메리카노 같은 쓴 커피를 마실 때 케이크나 도너츠, 비스킷 같이 단 디져트랑 같이 마시면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저는 비스킷을 먹을 때 커피에 적셔서 먹지는 않는데 커피나 우유나 밀크티에 적셔서 먹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초코 샌드를 우유에 찍어먹거나 크래커를 믹스커피에 찍어 먹거나 도넛을 커피에 찍어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비스킷을 커피에 찍어 먹으면 비스킷에 커피가 스며들어 특유의 퍽퍽함이 사라지고 커피의 향과 비스킷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훨씬 더 맛있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때 문제가 생기는데 적시는 커피나 다른 음료가 뜨거울 때 비스킷의 젖은 부분이 아주 약해져서 자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져버리고 부서진 비스킷이 음료에 녹아버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비스킷은 마른 전분 덩어리와 설탕, 지방이 불완전하게 붙어있는 '다공성 구조'입니다.
비스킷을 확대해보면 수많은 비어 있는 부분을 볼 수 있는데 비스킷을 커피에 담그면 커피가 그 비어있는 부분과 부착되려하기 때문에 커피가 비스킷에 스며듭니다.
뜨거운 커피는 비스킷의 전분 덩어리를 부풀게 만들고 부드럽게 만들어서 설탕을 녹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비스킷이 부서지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렌 피셔(Len Fisher) 박사는 비스킷이 음료를 흡수하는 원리에 대해 탐구하고 비스킷이 부서지지 않도록 커피에 찍어먹는 법을 연구했습니다.
우선 비스킷이 액체를 흡수하는 이유는 '모세관 현상' 때문입니다.
모세관 현상은 중력 등의 외부힘에 상관없이 유체가 가느다란 관이나 다공성 물질 등의 좁은 공간을 타고 올라가는 성질을 말합니다.
액체의 응집력보다 벽과의 부착력이 더 클때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피셔 박사는 비스킷과 같은 다공성 물질에서의 모세관 유동을 기술하기 위해 1921년 유도된 Washburn 방정식을 이용했습니다.
더불어, 비스킷의 구멍을 가는 모세관으로 가정하였고 관을 통과하는 층류(laminar flow)의 모형으로 Poiseuille의 법칙을 이용했습니다.
이들을 이용해서 최종적으로 구해진 액체의 비스킷 투과거리 (L)은 다음과 같이 주어집니다.
이 식을 보면 비스킷이 커피를 빨아들이는 시간은 비스킷 내부를 이동하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피셔박사는 이것을 이용해서 비스킷을 적실 때 수직으로 적시지 말고 수평에 가까운 작은 각도로 커피에 적시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수평에 가까운 각도로 적시면 비스킷의 아래 표면은 젖지만 위 표면은 마른 채로 유지되어 비스킷이 부서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피셔박사가 제안한 다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초콜릿이 묻은 비스킷을 선택한다 - 초콜릿은 균열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2. 같은 힘을 받을 때 면적이 좁을 수록 균열이 잘 일어난다 - 네모 모양의 얇은 비스킷보다는 둥글고 통통한 비스킷이 같은 액체 속에서 더 잘 버틴다고 합니다.
피셔박사의 이 연구는 영국의 '비스킷 적셔먹는 날'을 홍보하는 광고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되었고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었습니다.
비스킷 적시기의 물리학이라는 친숙한 주제로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피셔박사는 1999년 이그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참고자료
1. Fisher, "Physics takes the biscuit", Nature, 1999
2. 홍석인, "비스킷 적시기의 물리학", 물리학과 첨단기술,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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