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과학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님 / 수화를 배운 천재 침팬지의 비극 /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다
이름 님 침스키, 1973년생,
레몬 파이와 커피, 담배를 좋아했고 어렸을 때는 가족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자랐으나
어떤 이유로 집을 떠나야만 했고 여러곳을 전전하다 2000년,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다.
안타까운 삶을 산 한 사람의 인생을 짧게 나타내어주는 것 같은 이 소개 문구의 주인공은 침팬지입니다.
1973년 11월, 미국 오클라호마 영장류연구소에서 아기 침팬지가 태어났습니다.
아기 침팬지는 컬럼비아대 심리학과의 하버트 테라스 교수에 의해 '님 침스키'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하버트 테라스 교수는 유인원 언어 실험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언어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MIT의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침팬지에게 언어를 가르쳐 의사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님 침스키라는 이름은 노암 촘스키에 대한 조롱과 도전을 담은 이름입니다.
'님'은 1973년 12월, 태어난지 열흘만에 어미로부터 떨어져 뉴욕의 한 우아한 저택으로 입양됩니다.
님은 '스테파니 라파지' 가족에게 입양되었고 인간 아기와 똑같이 길러졌습니다.
침대에서 자고, 사람들과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옷을 입고, 화장실 변기를 썼습니다.
자연스레 님은 자신이 침팬지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자신을 인간이라 여기게 되었고 스테파니를 엄마로 여겼습니다.
애완동물인 고양이에게 엄청난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람과 침팬지의 사진을 섞어두면 자신의 사진을 사람쪽으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스테파니 가족들과의 행복했던 일상을 보내던 님은 어느정도 성장하자 언어 교육을 받게 됩니다.
테라스 교수와 스테파니 가족은 님에게 수화를 가르쳤고, 님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어휘를 습득했습니다.
100여개가 넘는 단어를 알았고, 단어 2~3개를 묶어 문장을 만들어 의사를 표현할줄 알았던 님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할 때는 수화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능력을 지닌 님은 대중 매체의 관심을 끌며 유명해집니다.
어느덧 귀여운 아기 침팬지였던 님도 시간이 지나 몸집이 커지게 되고
힘이 세지고 침팬지 특유의 야생성을 내비치게 됩니다.
집안 물건을 헝클어뜨리고, 깨고 세 살 무렵에는 돌보는 보모의 얼굴을 물어뜯기도 했습니다.
스테파니 가족은 더이상 님의 야생성을 감당할 수 없었고
그렇게 님은 세 살이 되던 해 스테파니 가족 곁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 후 님은 델라필드에 있는 컬럼비아대 소유의 한 별장으로 옮겨져
심리학과 대학생과, 대학원생에게 수화를 계속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침스키의 야생성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자주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한 여성 연구원의 얼굴을 심하게 물어뜯기도 했죠.
설상가상으로 님의 언어 습득 능력은 더이상 발전하지 못했고
프로젝트 연구비 확보 문제까지 야기되자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 하버트 테라스 교수는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됩니다.
그리고 테라스 교수는 1979년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실패라고 <사이언스>에 발표합니다.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실패라고 발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님은 오클라호마대 영장류 연구소로 또다시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다르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른 침팬지들과 비슷하게
차가운 우리에 갖혀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태어나서 인간의 곁을 떠나본적도, 다른 침팬지와 살았던 적 없었던 님에게
사육장은 너무나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침팬지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인간에 의해 '인간'으로 길러진 님은 '인간'에게 또다시 버림받고
우리에 갖힌 채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됩니다.
침팬지 무리에 들어간 님이 겨우 적응을 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할 때쯤
연구소장은 님을 포함한 침팬지 수십마리를 '영장류약물외과실험연구소'에 팔아 넘깁니다.
이곳은 영장류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하는 곳입니다.
순식간에 '인간'에서 '실험 동물'이 되어버린 님은 다른 침팬지들의 비명을 들으며 공포에 떨게됩니다.
다행히 님은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시위와 항의로 겨우 구출됩니다.
그리고 1983년 블랙뷰티 목장으로 가게됩니다.
이곳은 상처입은 동물들의 보호소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많아서일까요, 님은 극심한 우울증세와 폭력성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2000년 27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침팬지의 평균 수명이 50세 정도인걸 감안하면 꽤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보통의 침팬지들과는 다르게 세상의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인간으로 길러지고 있던 님
님이 원했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요?
세상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보통의 침팬지는 누릴 수 없는 맛있는 음식과
편한 생활 환경을 제공받는 삶이었을까요?
그런 삶을살던 시절의 님은 행복했을까요?
어쩌면 님에게 필요했던 것은 가족들의 사랑과 다른 침팬지들과의 유대감
혹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포옹은 아니었을까요?
사람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동물인 침팬지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되어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떨어져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님
사람들이 님에게 주었던 관심은 님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영장류의 언어능력 습득 여부에 대한 관심이었겠죠
실제로 님은 끝없이 이어지는 강제적인 수화 교육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 님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놀자' 였다고 하죠
근데 저는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이 떠올랐습니다
아무튼,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버림받으며 떠돌아다녀야만 했던 님은
사람들과의 교류에 늘 목말라해서 자기와 소통하려는 사람을 보면 반갑게 수화를 건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화를 이해하지 못하죠
계속해서 자신의 소통이 거부당한다고 느끼던 그때, 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저도 치대에 오고나서 동물실험을 몇번 해봤는데...
수많은 실험 동물들은 왜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할까요?
동물실험은 어느 정도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다른 동물들의 삶을 마음대로 통제할 권리가 있는 것일까요?
인류의 번영을 위한 인간들의 행위는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을까요?
실험 동물들은 그저 실험에 쓰이고 버려질 존재들일까요?
사람에게 중요한 실험은 해당 연구가 끝나면 끝날지 모르겠지만
그 실험 대상이 된 동물의 남겨진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모두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컨텐츠를 작성하다 보니
저를 포함해서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수많은 학생들은
어쩌면 또다른 '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Reference 1. 이지은 기자, "[인문사회]인간으로 길러진 침스키, 결국 버림받다", 동아일보, 2012 2. 이서현 기자, "우울증 앓던 침팬지가 사람 친구 만나자 ‘수화’로 처음 전한 말", The Epoch Times, 2019 3. 엘리자베스 헤스, "님 침스키: 인간이 될 뻔했던 침팬지", 백년후,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