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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공부법

몇시간 이상 잠자면 좋은 대학교 못가는 것 아닌가요? / 수면시간의 과학 / 수면 유전자


어릴 때부터 수없이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매스컴에서, 이상할 정도로 많던 주위의 엄친아와 엄친딸의 이야기로 전해져 오는 공부에 대한 흔한 클리셰입니다.


좋은 대학교 가려면 하루에 x시간 이상 자면 안된다




중학교에 다닐 때 고등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런식으로 겁을 주는 어른들 때문에 겁을 먹고 고등학생이 되는 그 날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몰랐습니다


그런 말을 옮기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본인이 그렇게 학창시절을 치열하게 보냈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제가 나름대로 좋은 대학교와 대학원에 다녔던 경험과 두번째로 대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해본 경험에 따르면 수면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렇게 수면시간에 대해 무책임하게 영혼없이 떠드는 사람들은 과연 수면시간이 너무 부족한 나머지 졸려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그 느낌을 알고는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도 아무것도 모르던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수면시간은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는 말을 믿으며 가능한 한 최대한 적게 자고 낮에 졸려도 어떻게든 참고 공부를 하려 애썼습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채 서울대에 입학한 후 매일 4시간 이하로 자면서 공부를 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하는 친구를 보며 저의 의지 부족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살던 중 유전적 차이가 수면시간을 결정한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윤인영 교수는 2008년에 “4시간만 자고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면 어쨌든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는 축복받은 유전자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한 개인 의지에 따른 후천적 노력만으로 수면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단기간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체질화되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의대의 푸잉후이 신경학 교수 연구팀은 2009자연적인 짧은 수면(natural short sleep) 유전자를 찾아낸데 이어 지난 2019년에 두번째 짧은 수면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이 말은 곧 개개인의 수면 시간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수면 시간은 개인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말씀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나폴레옹은 3시간씩 매일 자면서 유럽대륙을 정복했고, 에디슨도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발명에 몰두했다


맞습니다


그 훌륭하신 분들은 실제로 그렇게 적은 시간 수면을 하며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실도 아시나요


에디슨과 나폴레옹은 낮잠을 수시로 자기로 유명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5%는 선천적으로 적게 자도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사실들을 종합했을 때 내릴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디슨과 나폴레옹이 적게 자고도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에디슨과 나폴레옹이었기 때문이다


, 그들은 선천적으로 적은 수면시간만으로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태어났을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연구 결과가 수면 시간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이제 수면시간과 성적은 반비례한다는 예전의 공부에 대한 고정관념은 설자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입장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선천적으로 적은 수면시간을 타고난 축복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긴 활동시간을 감사히 활용하면 되고 저와 같은 일반적인 사람은 다음날 피곤하지 않게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최대한 적게 자면 됩니다


저는 6시간 이하로 자면 다음날 정신이 몽롱해지고 눈이 계속 감겨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창시절 최소 6시간 - 7시간 자는 것을 목표로 했었습니다


이건 저에게 해당되는 적정 수면시간이며 이 글을 보시는 누군가는 이 시간이 8시간이 될수도, 5시간이 될수도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몸에 맞는 적정 수면시간을 찾아서 무조건 그 시간만큼은 자고 다음날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공부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과외를 할 때나 강연을 할 때나 제가 학생들에게 고등학생 시절 7시간을 잤다고 말하면 믿지 않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7시간을 자면서 공부를 했다고 하니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와 같은 뻔한 말처럼 틀에 박힌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그 분들에게 굳이 저의 과거이야기를 꺼내면서 거짓말을 해서 제가 얻는 이득이 전혀 없습니다


저의 수면 시간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해도 저의 과외비가 오르는 것도 아니고 강연료가 오르는 것도 아니니까요.



과학적인 연구 결과나 저 자신의 경험, 그리고 제가 오랜기간 대학교에 있으면서 본 수많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관찰한 결과이니 이쯤되면 믿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세줄 요약입니다.


1. 적정 수면 시간은 선천적으로 결정된다.

2. 하루에 몇시간 이하로 자야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3. 적정 수면시간을 무조건 지켜서 다음날 공부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한다.



*참고 자료

1. 노원명 기자, "4시간 수면은 노력이 아니라 체질", 매일경제, 2008

2. Shi et al., "A rare mutation of B1-adrenergic receptor  affects sleep/wake behaviors", Neuron, 2019